이번에 읽어본 책은 빌 게이츠가 평소에도 자신의 가방에 넣어두고 자주 펼쳐본다는 추천사로 유명해진 ‘룬샷’이라는 책이다.
컨설턴트로 근무하면서, 여러 기업의 담당자들과 만나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를 하다 보면 우리 회사가 이러한 변화의 환경에 직면해 있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업종의 구분 없이 또 회사의 규모나 기존 문화에 상관없이 어떠한 형태로든 대다수의 기업들이 현재 변화를 직면하고 있다. 더 이상 “정답은 하나로 정해져 있다.”라고 말하기 힘든 이 시대에서 기업들은 구성원을 움직이기 위해 전혀 다른 차원의 새로운 비전을 필요로 한다. 즉 기존의 것을 어느 정도 좋은 방향으로 개선 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틀을 완전히 벗어버리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룬샷 사고로부터 가능할 것이다.
예전에 제약사의 관리자 교육의 컨설팅을 맡아 진행한 적이 있다. 이 때 그 회사의 CEO가 기조 강연 중에 직원들에게 했던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변화에 적응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고, 여러분 역시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해가야 합니다.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현재 자신이 기존에 일하던 방식대로 할 수 있는 편한 곳으로 이직을 하더라도, 그 회사들 역시 언젠가는 결국 우리 회사가 지금 겪고 있는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변화를 국내의 선두에서 일찍이 직면하여 대처하고 있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고 저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지금은 여러 기업들에서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강조를 강하게 하고 있지만, 예전에 제약업계에서 리베이트 등이 암암리에 성행하던 때에는 국내 기업들 중 앞서서 리베이트를 중지하고 변화를 선도하고자 했던 이 CEO의 이야기는 직원들에게 일종의 ‘룬샷’처럼 들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책에서는 룬샷에 대해 1. 주창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며, 2.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라고 이야기한다. 점점 더 각박해지는 경쟁 상황에서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다 하는 것을 우리는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당시에는 더 강하게 이야기하면 회사를 더 어려운 길로 이끌어가서 망하게 하자는 소리로 직원들에게 들리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터무니 없는 소리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이야기가 획기적인 룬샷 사고와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었을까?
두 가지 유형의 룬샷(제품형 룬샷과 전략형 룬샷)을 모두 육성하였다. 자사의 약품에 차별화를 두어 제품형 룬샷을 실천하였고, 이를 리베이트에 의존하지 않고도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전략형 룬샷 두 가지를 함께 실천하였다.
분리된 그룹을 서로 연결해줄 프로젝트 수호자를 임명하고 훈련하였다. 룬샷이 구체화될 수 있도록 분리된 그룹을 서로 연결해줄 TF팀을 구성하고 권한을 부여하였다.
조직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유’를 계속 질문했다. 이 방향이 틀리지 않았고, 자사가 왜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는지에 대한 부분을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공유하며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였다.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질문했다. 어떻게 하면 기존의 틀을 벗어나 이를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부분을 계속해서 모색하고 발전시켜 갔다.
결과주의 사고를 가진 팀을 찾아내고, 이들을 도와 시스템 사고를 채택하게 하였다.
이러한 구체적인 전략과 실천을 바탕으로 당시에는 퇴사자까지 다수 발생할 만큼 터무니 없이 느껴졌던 전략이 지금은 제약시장을 선도하는데 밑 바탕이 된 룬샷이 되었다.
지금 당장 손에 잡히는 변화는 없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회사가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일시적인 손해를 불사르면서까지 많은 것을 투자한 룬샷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지금의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변화 관리에 있어서의 중요한 기준은 “이 변화가 직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즉 조직 구성원을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메시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내에서 룬샷은 누군가의 주도적인 움직임이 있어야하겠지만, 그에 대한 추진이 혼자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 룬샷이 이상적인 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변화와 혁신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은 조직 구성원들의 동의와 헌신이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자신의 역량을 쌓아가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몰두한다. 또한 조직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 한계를 두면 높은 연봉을 포기하고 이직을 선택하는 경우들까지도 보게 된다. 이러한 오늘날의 상황에서 조직은 더 이상 변화의 목표를 회사의 고성장만을 목표로 설정할 수 없으며, 룬샷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도 조직의 성장과 구성원의 성장을 일치시켜 자발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게끔 하는 비전을 설정하는 것이 필수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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