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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코치 칼럼] 마음 편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방법



몇년 전 겨울, 일이 잘 안풀려 마음은 불안하고 머리는 복잡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조용한 곳에 가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좋은 장소를 찾다 지인에게 추천받은 곳은 왜관에 있는 베네딕또 수도원이었다. 핸드폰을 쓸 수 없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봉쇄수도원이었다.

평소 대구까지 KTX를 타면 금방가는데, 왜관까지 가는 새마을호는 시간의 흐름도 천천히 가게 하는듯 했다. 기차역에서 나와 받은 첫 느낌은 조용한 도시, 차분히 걸어 그곳으로 들어갔다. 정갈한 방문자 숙소를 배정받아 3일을 머물렀다. 그곳에서의 일과는 자유였지만, 수도원의 흐름을 한번 따라가보고 싶었다. 새벽 5시에 시작하는 하루는 차분하지만 흐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곳에 사는 수사들은 평생 기도와 자신만의 노동으로 살아간다. 손재주가 있는 사람들은 목공으로 의자를 만들거나, 유리 공예를 하고, 글을 쓰는 재주가 있는 사람은 출판을 한다. 농사를 짓는 사람도 있고, 소세지를 만드는 이도 있다. 그들은 이러한 것을 신을 섬기는 방법이라 생각한 것인지 만들어낸 것들이 작품이라 느껴질만큼 완성도가 높다. 산책길 큰 나무 아래 덩그라이 놓여있는 나무 의자 하나도 왠지 가장 어울리는 곳에 가져다 놓은 듯하다.

산책을 하거나 작은 방 책상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않고 책 읽고, 글을 쓰다 보니 의미없는 것은 사라지고, 중요한 것만 남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때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정리하면서 나만의 한 해를 정리하는 네 가지 기준(생각, 몸, 마음, 물건)이 생겼다. 그때 이후로 이 기준에 따라서 정리를 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생각

일과 관련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매주 적어온 주간계획표를 하나씩 훑어본다. 그러면서 한 해 실천하고 이룬 것들을 살피며 중요한 것들을 적어본다. 물론 하려고 했지만 못한 것도 적는다. 그렇게 52주를 확인하면서 적어보면 한 해동안 무엇을 했고 못했는지가 분명해진다. 컴퓨터 폴더도 다시 정리한다. 무조건 파일을 쌓아놓는 것은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폴더를 열어 모르는 파일은 하나씩 열어보고 정리한다. 중복되는 파일은 버린다. 필요하면 내용에 따라 폴더를 다시 만들고 재배치한다. 이렇게 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머리속에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보통 작업중인 파일은 한 폴더에 넣어 수정을 하고, 완성을 하면 적당한 폴더로 옮긴다.


예전부터 새해를 맞기 전에는 목욕재계를 하곤 했다. 사실 코로나로 가장 못한것 중에 하나가 목욕탕에 가서 몸을 불리고 때를 미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조심해야 하니 자신이 할 수 있는 곳에서 깨끗이 씻어내자. 욕조에 물을 받아 몸을 푹 담그고, 샤워를 하되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꼼꼼하게 닦아보자. 몸을 닦아내는 것은 나에게 쌓여있는 모든 안좋은 것을 씻어낸다는 의식이다.

머리를 자르거나 다듬는 것도 잊지말자. 남자의 외모는 8할이 헤어스타일이라고 했다. 물론 여자도 못지 않다. 유행에 따르기 보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보자. 마음이 힘들때는 스타일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새로운 기분을 갖는데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손쉬우면서도 효과적이다. 거울을 볼 때마다 새로워진 자신을 느낄 수 있다.

마음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 속에 무엇이 들어있나 살펴보아야 한다. 매일은 아니지만 일년동안 써온 일기를 읽으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 되돌아 본다. (일기를 안쓰는 사람은 자신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하나씩 읽다보면 잊혀졌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러면서 의미없는 것은 웃어 넘기기도 하고, 기억해야 할 부분은 다시 한 장에 적어 놓는다. 사실 일년의 시간을 이렇게 정리해보면 간단히 정리되기도 한다.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것도 마음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대신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꼭 적어보기를 추천한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올해 감사했던 일들은 무엇인가? 힘이 되어준 고마운 사람은 누구인가?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했는가? 나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질문에 따라 떠오르는 생각 그대로를 적고나면, 한 해동안 느꼈던 내 마음을 좀더 편하게 살펴볼수 있다.

물건

물건을 정리할 때 방법은 3단계. 먼저 있는 곳의 물건을 다 꺼낸다. 두번째, 물건이 있던 공간을 깨끗이 쓸어내고 닦는다. 마지막, 남길 것, 나눌 것, 버릴 것의 기준으로 분류한 후 남길 것만 그 공간에 다시 정리해서 넣는다. 보통 내가 정리하는 공간은 책상, 책장, 옷장이다. 별로 산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치우다 보면 쓸데없는 것을 얼마나 많이 사고, 모았는지 깨닫게 된다.

책상은 가능한 도화지처럼 깨끗하게 비운다. 그래야 무슨 작업이든 집중해서 할 수 있다. 책상 서랍은 싹 비운후에 자주 꺼내쓰는 것은 위쪽으로, 크고 무거운 것은 밑으로, 비슷한 것끼리 모아서 넣는다. 책장도 관리하지 않으면 사이사이에 책과 서류가 쌓인다. 싹 꺼내 먼지를 털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모아넣는다. 작년에는 비슷한 주제로 놓았는데 올해는 책의 색깔대로 모아볼 생각이다. 옷장도 싹 꺼내서 정리하되 3년 동안 건드리지 않는 옷은 버린다. 결혼할 때 받은 양복 말고는 다 그렇게 정리했다.

쓸고, 닦고, 정리하다 보면 마음도 가벼워진다. 정리한 물건 중 나에게 필요 없지만 나눌만한 괜찮은 물건은 받으면 기뻐할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주고, 아니면 아름다운 가게, 도서관에 기부하거나 옷체통에 넣어준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공간마다 여유가 생긴다. 왠지 몸과 마음 속에 붙어있던 무거운 추같은 걸림돌이 빠지고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수도원에 있으면서 '어느 공간에 있느냐'와 '어떤 마음을 가지느냐'에 따라 '흐르는 시간은 다르다'라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흐르는 시간 속에 살아간다. 이러한 흐름 속에 시간을 잘 매듭짓지 않으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일년에 한번 정도는 잘 정리하고 매듭을 지었을 때 마음 속에 편안함과 뿌듯함을 남겨 준다. 한 해를 이렇게 잘 마무리해야 새해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다.




(주)어치브코칭 대표코치

이 형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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